멀쩡한 건물인데도 출입로가 없어 ‘유령 아파트’로 남아있던 경기 용인시 삼가2지구 ‘힐스테이트 용인’이 준공 6년 만에 238억원짜리 도로를 갖게 될 전망이다. 이 도로 주변으로는 1만6000여평 대규모 공원이 함께 조성된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따르면 이달 16일 용인도시공사는 총 사업비 238억906만원 규모 ‘삼가2지구 대체도로 및 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용인도시공사는 이번 긴급 입찰을 진행하는 사유로 “삼가2지구 임대아파트가 완공 후 3년간 사용이 불가능해 용인시 주거 취약자에게 아파트 배정이 불가능하고, 유지·관리비 등으로 매달 30억원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이 밖에 건물이 3년간 미사용 상태라 노후화가 가속되고 감가상각, 안전관리 문제 등이 심각하므로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대체도로에 대한) 긴급 발주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힐스테이트 용인’은 용인시청 맞은편에 2021년 2월 준공한 최고 38층, 13개동, 총 1950가구 규모 아파트다. 과거 ‘뉴스테이’로 칭했던 8년 임대 후 분양 아파트로, 공공지원형 민간임대 방식으로 건설했다.
용인도시공사 측에 따르면 이 단지 건설에 국가 공적자금 약 7288억원이 투입됐는데, 이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분율이 6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단지가 완공하면 용인시 일대 주거취약계층이 거주 기회를 얻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준공 3년째인 현재 ‘힐스테이트 용인’ 문주 앞은 잡초가 무성히 자란 언덕으로 꽉 막혀 출입이 불가능하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사람조차 이 아파트로 드나들 수 없는 탓에 가스와 전기, 상하수도도 설치하지 못한 이른바 ‘유령 아파트’로 방치된 상태다. 이 단지 진입로로 계획됐던 부지가 맞은편 도시개발조합인 ‘역삼지구’ 소유인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
당초 용인시는 역삼지구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힐스테이트 용인’에도 자연스럽게 출입로가 생길 것이라 판단하고 아파트 사업 승인을 냈다. 하지만 그동안 역삼지구 조합장이 여러 차례 바뀌고 공사비 문제가 터지는 등 조합 내홍으로 사업이 멈춰선 상태라 아파트 출입로 확보도 불가능해지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용인시는 역삼지구 땅 대신 단지 동쪽에 있는 역북2근린공원을 매입해서 출입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체도로 토목공사와 역북2근린공원을 조성하는 조경공사를 함께 수행하는 내용으로 발주하게 됐다.
입찰설명서에 따르면 대체도로는 길이 270m, 폭 20~30m로 공원을 동서로 관통하는 형태다. 공원은 5만4892㎡ 규모다. 총 사업비 238억여원 중 도로 조성비가 92.6%(220억3756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사유지인 역북2근린공원을 매입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별도 예산이 투입됐다.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전체 부지 감정평가 금액은 72억원인데, 용인도시공사 측이 보상비에 대한 이의제기 등을 고려해 편성된 예산은 약 100억원 규모다. 소유주가 보상비에 만족하지 못해 협상을 거부하더라도, 삼가2지구 대체도로 건설 사업이 공익사업인만큼 현행법에 따라 수용 방식으로 토지 소유권이 용인도시공사 측에 넘어갈 예정이다.
‘힐스테이트 용인’ 대체도로는 올해 5월 착공해 2026년 4월 완공이 목표다.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는 이르면 2026년 상반기쯤 가능하다는 것이 용인도시공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입주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대체도로가 완공하는 2026년은 아파트가 지어진지 6년째 되는 시기라, 입주자 사이에서 건물 외관은 물론이고 내부 시설 노후화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HUG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현재 ‘힐스테이트 용인’ 입주자 모집 시기는 미정”이라며 “일단 대체도로가 완공되고 상하수도, 전기, 가스 등을 갖춘 뒤에야 용인시에서 아파트 사용승인을 내주는 구조기 때문에 입주 시기는 용인시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